[비즈니스포스트] 국내증시가 주춤한 상태를 이어가자 국내증시로 돌아오던 서학개미(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들이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앞서 서학개미 모시기에 분주하던 증권사들도 이에 발맞춰 미국주식 거래시간 확대에 앞다퉈 나서는 모양새다.
▲ 서학개미들이 다시 미국증시를 찾으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거래시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1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4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3월 41억 달러에서 4월 37억 달러로 감소했으며 5월에는 13억 달러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6월에도 2억 달러 순매도했다.
미국의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4월7일 단기 급락 이후 현재까지 줄곧 우상향 흐름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서학개미들은 미국증시를 떠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코스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지자 서학개미들이 국내증시로 복귀하면서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6월 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7월 중순 이후 3200선 전후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서학개미들은 7월에 다시 미국주식을 7억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현재 여당에서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한 등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 불확실성도 코스피를 짓누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8월 중순을 지나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 미국주식 순매수액은 지난달 순매수액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면 7월 전체 순매수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서학개미들이 미국증시로의 복귀 조짐을 보이자 증권가는 미국주식 거래시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부터 미국주식 애프터마켓 거래시간을 확대했다.
서머타임 기준으로는 기존에 오전 5시~오전7시까지 이뤄지던 미국주식 애프터마켓이 오전 5시~오전 8시30분까지로 총 1시간30분 연장됐다.
서머타임 이외 기준으로는 기존 오전 6시~오전 7시에서 오전 6시~오전 9시30분까지로 연장됐다.
애프터마켓 마감 시간이 직장인들의 출근길 시간과 겹치게 되면서 미래에셋증권 고객들은 이제 아침 출근길에도 미국주식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미국주식 주간거래도 연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주식 주간거래는 2022년 2월 삼성증권이 미국의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과 제휴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개 국내 증권사가 블루오션과 제휴를 맺으면서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본래 국내투자자들이 미국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시각 기준으로 밤~새벽 사이에 깨어있는 상태로 미국 정규장에 참여해야 했다.
그러나 미국주식 주간거래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전 9시~오후 4시30분까지 미국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국내증시 정규장과 발을 함께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미국주식 주간거래 재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런데 2024년 8월5일 글로벌 증시 충격으로 블루오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일부 증권사에서 미국주식 주간거래 체결주문이 일괄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이후로 증권사들은 시스템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주간거래를 재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증권사들에 최종의견을 수렴한 결과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주간거래가 조속히 필요하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에는 의견이 분분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주식 거래수수료는 많게는 국내주식의 몇 배에 달해 증권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수익원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주식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유치를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코스피가 부진하면서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거래가 반등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로서는 미국주식 주간거래를 빠르게 재개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블루오션 외에도 다른 대체거래소들과의 다중 협업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