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올해 3월 미국 워싱턴D.C. 연방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기후단체들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려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각) 더 힐은 기후단체 환경보호기금(EDF)과 참여과학자연대(UCS) 두 곳이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소장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 제출됐다.
이들 단체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발간한 보고서가 사실과는 다르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기후에 온실가스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현행 기후모델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과장된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난화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덜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보호기금과 참여과학자연대는 또 다른 소송 제기 사유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위험성 판정' 보고서 폐지 시도를 지목했다.
위험성 판정은 2009년 발간된 연방정부 보고서로 온실가스 배출로 일어난 기후변화가 미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현행 기후대응 관련 규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데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은 지난달 위험성 판정 보고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소송에 나선 미국 환경단체들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들 부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합의를 왜곡하기 위해 그 근거를 조작하려 들고 있다"며 "이들은 비밀리에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 디트리히 에너지부 대변인은 더 힐의 사실확인 요청에 지난달 발간된 보고서에서 크리스 라이트 장관이 작성한 서문을 참고하라고 답변했다.
라이트 장관은 서문에서 "나는 다양한 독립적 전문가로 구성된 팀에 현재 기후과학의 상태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특히 기후변화와 미국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작성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들(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의 엄격함과 정직함, 그리고 현재 기후변화 담론의 질을 높이려는 의지 때문에 그들을 선택했다"며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라이트 장관의 주장과 달리 기후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작성한 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매우 편중되고 왜곡된 시야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후학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에너지부 보고서를 두고 "화석연료 기업의 후원을 받는 사이트들에 챗봇을 돌려 작성한 것과 비슷한 꼴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힐은 환경보호청은 현재 계류돼 있는 소송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