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선임기자 조승리 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2025-07-08 09: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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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의 신규 영업 재개와 번호이동 중도해지자 위약금 면제, 단통법 폐지, 삼성전자 갤럭시 폴더블폰 출시 등이 맞물리며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번호이동 영업을 하며 알뜰폰 이용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이 해킹 사건 이후 유심 교체 작업에 집중한다며 중단했던 주요 유통점의 가입자 유치 영업을 재개한 데 이어, 번호이동 중도 해지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도 면제하기로 하면서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쟁탈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이 번호이동(MNP) 영업을 통해 경쟁사 가입자를 빼오는 데 집중하면서, 알뜰폰 이용자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점에 지급하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리베이트)에서 알뜰폰 이용자의 경우 아예 지급하지 않거나 수십만 원씩 덜 주는 방식으로 차별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이동통신사들이 리베이트 정책을 통해 유통점의 영업 방식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유통점에 제공된 리베이트가 단말기 보조금(지원금)이나 현금 페이백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알뜰폰 이용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1항은 이용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기통신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사업자는 최대 매출액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8일 비즈니스포스트가 입수한 SK텔레콤의 유통점 리베이트 정책 자료 ‘나주곰탕 MNP 정책’(7월 6~7일 적용)에 따르면, 알뜰폰 이용자를 신규 가입자로 유치한 경우에는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를 유치한 경우에는 요금제와 단말기 종류에 따라 70만~84만 원의 리베이트가 지급되는 것과 비교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갤S25 엣지’를 선택하고 월 6만9천 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82만 원, 자가 단말기를 사용하며 선택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는 80만 원의 리베이트가 지급된다.
또 다른 리베이트 정책 자료인 '도매 T-게이트 정책'(7월 5일 적용, 수도권 지역 배포)에는 알뜰폰 이용자를 유치한 경우 리베이트를 40만 원 적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KT·LG유플러스 가입자를 ‘갤S25 엣지’와 월 6만9천 원 이상 요금제로 유치한 경우 95만 원, 자가 단말기에 선택약정 조합으로 유치한 경우에는 88만 원의 리베이트가 책정돼 있어, 알뜰폰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SK텔레콤 유통점은 이렇게 받은 리베이트 가운데 약 5만 원(박리다매를 택하는 대형 상가 기준)을 자체 마진으로 남기고, 나머지 금액은 단말기 보조금이나 현금 페이백 등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출고가 115만5천 원인 갤럭시S25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월 6만9천 원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 단말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로 16만5천 원의 현금까지 받게 된다.
원래는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 42만 원을 뺀 73만5천 원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유통점이 받은 95만 원의 리베이트 중 마진 5만 원을 제외한 90만 원을 추가 지원금으로 얹어주는 구조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단말기 구매 비용이 ‘0원’이 될 뿐 아니라, 차액인 16만5천 원을 현금으로 받는 셈이다. 단말기 보조금과 유통점 리베이트는 단말기 제조사도 분담한다.
▲ SK텔레콤 리베이트 정책 자료 '도매 T-게이트 정책'(7월 5일 적용, 수도권 지역 배포).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알뜰폰 이용자는 통신요금과 단말기 값을 아끼기 위해 언제든 사업자를 갈아탄다. 고가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로 유치하거나 충성 가입자로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리베이트를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유통점 리베이트 정책 자료는 이동통신사 본사가 유통점에 주는 작업 지시서이자 소통 수단"이라며 "이 정책대로라면 유통점은 알뜰폰 이용자를 가입자로 유치하는 것을 꺼리거나 단말기 보조금 등을 덜주는 방식 등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등 정책이 가개통이나 단말기 빼돌리기 문제를 차단하고, 알뜰폰 고객 유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뒷 평가를 우려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본사에서 특정 사업자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더 높게 가져오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SK텔레콤의 리베이트 정책 자료에서는 요금제와 단말기 종류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리베이트가 상향 평준화된 모습도 확인된다.
특히 경쟁 통신사 가입자를 빼와 저가 요금제에 가입시킨 경우에도, 고가 요금제로 유치했을 때와 비교해 유통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곰탕 MNP 정책’의 경우 요금제에 따라 지급되는 리베이트는 70만 원에서 84만 원 사이로, 최고·최저 금액 간 차이가 14만 원에 불과하다. ‘도매 T-게이트 정책’에서는 유통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가 70만 원에서 최대 90만 원까지 책정돼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로 유치했을 때의 리베이트 격차가 크게 좁혀진 모습"이라며 "해킹 사태로 가입자들이 빠져나가며 낮아진 가입자 수 및 가입자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저가 요금제에도 리베이트를 많이 책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