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은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67%로 세계 주요 생산시설 가운데 가장 높지만 유럽에서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수입한다. 수입 부품은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미국이 애초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30%의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두산밥캣은 이를 의식해 북미 판매를 맡는 딜러를 향한 재고를 줄여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3개 분기으로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은 28일 유럽연합과 관세를 15%로 조정하는 방안을 타결해 두산밥캣으로서는 향후 사업 전략을 짜는데 리스크를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두산밥캣이 2분기를 중심으로 단행했던 선제적 재고조정은 재고 관리 효율화와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두산밥캣은 북미 시장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인상분을 가격 인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기준 북미 시장의 매출 비중이 75%에 이른다. 이런 압도적 시장 지위를 활용해 엔진을 비롯한 부품에 붙는 관세를 가격에 반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민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주력 제품인 스키드 스티어 로더와 컴팩트 트랙 로더는 시장 내 1위이고 미니 굴삭기는 북미 시장에서 2위, 유럽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높은 시장지배력에 기반한 판매가 인상 여력은 미국의 관세 부담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산밥캣에서 지게차와 산업용 물류장비를 만드는 산업차량 부문은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 5월부터 가격을 8% 올렸다. 주력사업인 컴팩트(소형건설기계) 부문에서도 철강 관세가 부과된 지난 2월에 가격을 일부 인상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은 지속적 관세 불확실성과 북미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건설 및 주택시장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 딜러 재고 조정 및 가격 인상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와 시장 수요가 관세의 판매가격 전가 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캇 박 사장(오른쪽 3번째)이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두산밥캣 신공장 착공식에서 시삽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밥캣>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협상 추이에 따라 두산밥캣이 내년에 완공할 멕시코 공장은 실적 반등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헌 연구원은 "내년 가동되는 멕시코 공장은 유럽 수입 제품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두산밥캣에 따르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할 스테디 셀러인 ‘M-시리즈’ 소형 로더를 비롯한 주요제품은 USMC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두산밥캣은 멕시코 신공장이 가동되면 북미시장 로더 제품 생산능력이 지금보다 20% 가량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멕시코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멕시코에 국경을 통한 마약 반입을 명분으로 3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이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멕시코와는 관세 협상을 여전히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두산밥캣의 멕시코 공장 운영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하반기 판가 인상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한다는 계획"이며 "관세 상황에 따라 멕시코 공장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