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지오센트릭이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데다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의 불확실성까지 커진 상황에 놓였다.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스페셜티(고부가제품) 증산을 순조롭게 진행해야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 전략과 관련해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전환 과제가 무거워졌다. |
16일 SK지오센트릭에 따르면 올해 말에서 2026년 초 사이에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에 위치한 에틸렌 아크릴산(EAA) 글로벌 제3공장 건설이 마무리된다.
EAA는 글로벌 화학업체 가운데 3~4곳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고기능성 접합수지다. 금속과 플라스틱, 종이와 플라스틱 등 이종 물질 접합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SK지오센트릭은 이 가운데서도 탁월한 접착성을 가지는 고품질 제품 고산성(High Acid) EAA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다양한 산업에서의 EAA 활용도도 커지고 있다. EAA는 멸균팩과 육류 진공 패키징부터 골프공, 강화유리에까지 사용된다. 특히 페이퍼코팅 용도로 사용되던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하면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EAA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팩트미스터(FactMR)는 EAA 시장 규모가 2025년 3억9600만 달러(5400억 원 규모)에서 연평균 6.1% 성장률로 성장해 2035년 7억1600만 달러(976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바라봤다.
SK지오센트릭은 스페셜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목적으로 2023년 6월 중국의 웨이싱화학과 함께 EAA 글로벌 제3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SK지오센트릭의 EAA 생산능력은 5만5천 톤 수준이지만 중국 내 글로벌 제3공장이 양산에 들어갈 경우 생산능력은 8만5천 톤으로 55% 늘어난다.
SK지오센트릭은 2024년 글로벌 EAA 2위 기업으로 20~25%대의 시장점유율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공장 건설로 글로벌 1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SK지오센트릭은 EAA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실적 부진과 수익성 개선의 어려움을 이유로 SK지오센트릭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최근 변경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중국 중심의 신증설로 공급부담이 확대된 반면 글로벌 경제 둔화로 수요 성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치면서 석유화학 제품군 전반의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됐다”며 “당분간 SK지오센트릭의 수익성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1582억 원, 영업손실 949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9.3% 감소했으며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2024년 연간으로 살펴봐도 영업 적자로 돌아서면서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영향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인 올레핀과 폴리머, 아로마틱 등 기초소재와 달리 EAA는 고부가 화학소재인 만큼 SK지오센트릭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기초소재와 비교하면 EAA 비중이 아직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증설과 더불어 시장이 개화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SK 경영진이 13~14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린 SK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해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을 들으며 SKMS 철학과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 SK > |
SK그룹에선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리밸런싱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SK지오센트릭의 EAA 생산능력 확대는 이러한 전략에도 부합한다.
더구나 SK지오센트릭은 1조8천억 원을 투입해 내년까지 준공하려던 32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건설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올해 초 결정했다.
폐플라스틱을 용매에 녹여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을 추출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현재로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화석연료 중심으로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안정성이 낮은 친환경 사업보다는 당장의 수익성이 확보된 고부가 화학 소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안섭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최근 SK지오센트릭이 추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최 사장은 SK지오센트릭에서 연구원으로 오래 일하다 경영진으로 발탁된 뒤 최적운영실장, 전략본부장 등 주요 보직에서 일하면서 경영 역량도 갖췄다. SK지오센트릭 내부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대외 협력 사업에도 여러 차례 참여해왔다.
최 사장은 EAA 외에도 자동차 소재 경량화를 목표로 고강성, 고충격, 고유동 폴리프로필렌(PP)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12월 현대차·기아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 기초소재연구센터가 주관한 ‘기아 EV3 스터디카’ 개발프로젝트에서 자동차용 폴리프로필렌(PP) 소재 개발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실을 다지고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