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N의 웹툰 플랫폼 코미코.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웹툰 플랫폼들이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지역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북미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철수 또는 축소가 이어지며, 사실상 ‘선택과 집중’ 전략에 돌입한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외에는 안정적으로 정착한 해외시장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웹툰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수익성과 장기 성장 가능성이 불확실한 시장을 정리하고 성과가 입증된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NHN은 글로벌 웹툰 플랫폼 ‘포켓코믹스’의 영미권, 프랑스 서비스와 한국 코미코 서비스를 오는 10월31일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일본 내 플랫폼인 ‘코미코’만 유지한다.
포켓코믹스는 한때 프랑스 앱마켓에서 2022년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북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앞서 2023년에는 독일 시장 철수, 2024년에는 동남아 서비스 정리 등 단계적 축소가 진행돼 왔다.
NHN 측은 “경영 효율성과 핵심 사업 역량 집중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북미·일본 중심의 IP 전략 강화를 내세우며 카카오픽코마가 2023년 9월 프랑스 웹툰 서비스를 종료했다. 같은 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도 사업을 철수, 수익성 낮은 지역을 과감히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 네이버웹툰은 미국에 본사를 설립하고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
네이버웹툰 역시 유럽 법인 설립을 검토했으나 2023년 8월 계획을 잠정 보류하고 북미 시장 중심 전략으로 선회했다. 웹툰업계에서는 현재 핵심 지역으로 북미와 일본을 꼽는 분위기다.
북미 시장에 대해서는 “장기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핵심 지역”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소비 문화와 유료화 정착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웹툰 플랫폼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서는 것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와 국내외 시장 환경변화 때문이다.
실적이 정확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국내 웹툰 플랫폼 기업들의 실적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한 해 동안 137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폭을 확대했다.
국내시장 역시 코로나19 특수 이후 콘텐츠 소비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데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 소비 증가가 웹툰 이용 시간을 잠식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웹툰 고성장기에 진출한 해외 서비스들을 접으면서 수익성이 입증된 지역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시장은 여전히 웹툰 업계의 최대 격전지이자 가장 안정적인 수익 창출처로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는 2024년 일본 시장 웹툰 연간 매출이 국내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플랫폼 ‘라인망가’는 2024년 매출 약 8836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8% 성장했고, 국내 매출을 처음으로 제쳤다. 카카오의 일본법인인 카카오픽코마도 일본지역에서 소비자 지출을 이끌어낸 1위 앱으로 꼽히는 등 카카오의 핵심적인 시장이다.
일본은 유료 이용자 전환율이 높고 IP 확장성이 뛰어난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에 따르면 일본 만화시장은 2027년까지 약 11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일본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해외 시장이 거의 없다”며 “일본은 독자 정서가 국내와 유사하고 유료 결제 문화가 정착된 유일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시장 진출은 이어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만화 소비 문화가 약한 데다 유료 결제에 대한 거부감도 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며 “당분간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