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를 타고 한때 국내증시 대장주 지위를 누리던 전력기기주의 활기가 최근 주춤한 상태다. 과열 아니냐는 판단에 미국 정부가 시연하고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가세하면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기 우상향의 기대감은 살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주의 장기 기대감이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전력설비투자’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1.56% 상승 마감했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대한전선, 산일전기 등 국내 전력기기 대표주들을 담고 있어 업종의 주가 추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ETF 주가는 8월7일 장중 최고점(2만830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했다. 이후 8월 하순부터 반등하긴 했으나 하락분의 절반만을 회복, 지금은 이전 최고점과는 다분히 멀어져 있는 상태다.
전력기기 테마의 주가 과열 우려에 더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집하고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력기기주의 향후 잠재력을 고려하면 주가 과열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알파스트럭슈어, 데이터센터프론티어가 글로벌 기업 경영자 등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전력 부족(92%)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인허가(86%), 화이버케이블 확보(85%),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확보(81%), 천연가스 확보(76%), 대지 확보(74%), 시민사회 반대(74%) 등이 따랐다.
통상적으로 현재 AI 데이터센터에 가장 시급한 것은 GPU 칩으로 인식돼왔지만, 그보다도 전력기기 수요가 절박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글로벌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전력부족 전망에 대해 저마다의 수치들을 내놓고 있다.
번스타인은 2030년까지를 기준으로 GPU 칩 전력 효율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미국 내 전력부족량은 17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효율화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전력부족량은 62기가와트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45기가와트의 전력부족을 예상했다.
전력기기 공급부족은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상위 50개 전력 관리 기업은 총 123기가와트의 추가 전력 공장을 구축할 계획을 현재 세워뒀다. 현재 공급중인 전력량은 총 565기가와트다.
그러나 실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공장 규모는 현재 21기가와트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기기 공급량이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에 향후 전력기기의 공급단가 상승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여전히 전력기기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산업 역시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제품 가격도 인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를 씻고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을 중심으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대장주를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향후 미국 전력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실적 뿐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해외 전력기기 5사를 추격하는 건강한 후발주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로의 확장 잠재력, 중장기 실적 개선 가능성, 제한적인 관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는 국내 전력기기 회사인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을 최선호주로, HD현대일렉트릭을 차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