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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성수동 '괴짜 건물' 유명세, 김한국 LVMH도 구글도 사로잡은 비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09-05 15: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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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성수동 '괴짜 건물' 유명세, 김한국 LVMH도 구글도 사로잡은 비결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운드의 새 사옥 ‘하우스노웨어서울’이 6일 공식 문을 연다. 사진 오른쪽은 김한국 아이아이컴바운드 대표이사. <하우스노웨어 인스타그램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성수동에 괴짜 건물이 6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하우스노웨어서울’이라는 건물인데 대중에게는 ‘젠틀몬스터의 신사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3일 이 곳에서 진행된 프리오픈 기념행사에는 평소 보기 힘든 톱스타들이 대거 찾았다.

모델 출신 배우 변우석씨와 걸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뿐만 아니라 드라마 ‘상견니’로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인 대만 배우 허광한(許光漢), 친한 일본배우 사카구치 켄타로(坂口健太郎),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까지 등장했다.

이 신사옥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약 1년 전 리모델링을 마쳐 사실상 새 건물이나 다름없었던 바로 옆 꼬마빌딩을 밀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우스노웨어서울의 주인인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애초 이 건물과 부지를 모두 사들여 허물기를 원했지만 건물주가 원치 않자 방향을 바꿔 꼬마빌딩을 허무는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4천만 원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조건에 따라 건물을 밀었다. 현재 이 위치에는 회사의 정체성을 알리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새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밀어버릴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시장 논리를 보여준다는 비난이 일각에서 나왔다.

어찌됐든 아이아이컴바인드로서는 2018년 부지 매입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신사옥 완공이라는 결실을 본 셈이다.

신사옥이 주목받는 이유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구조에 있다. 건물 이름인 ‘하우스노웨어’처럼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표방하는 외관이 특징이다. 마치 SF영화에서 볼 법한 구조로 설계됐는데 언뜻 보면 우주선 같기도 해 일찌감치 ‘성수가 아닌 우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사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신사옥보다 산하 브랜드의 존재감 덕분에 일찌감치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는 바로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인데 MZ세대는 흔히 ‘젠몬’이라고 부른다.
 
젠틀몬스터 성수동 '괴짜 건물' 유명세, 김한국 LVMH도 구글도 사로잡은 비결
▲ 아이아이컴바운드의 뿌리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다. 젠틀몬스터는 고객 발길을 멈추게 하는 혁신적인 공간 연출로 입소문을 탔다. 사진은 경기 하남에 있는 스타필드하남 젠틀몬스터 매장 입구. <젠틀몬스터> 
창업자인 김한국 아이아이컴파운드 대표이사가 젠틀몬스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김 대표는 1981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금융회사에서 일했지만 1년여 뒤 퇴사하고 캠프코리아닷컴이라는 어학원과 영어캠프 사업을 하는 사설교육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1년경 캠프코리아닷컴은 여러 규제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신사업 공모전을 열었는데 당시 김 대표가 낸 안경 브랜드 아이디어가 아이템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서울 홍대 중심 거리에 매장을 내고 싶었다”며 “새로움과 놀라움을 주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접 제품을 가지고 안경원을 찾아다니면서 납품했지만 턱도 없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김 대표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소비자가 직접 찾아오게 하는 매장을 만들자’였다.

건축을 공부해본 적이 없지만 한 디자인스튜디오와 협업해 2013년 서울 논현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주택 마당에 배를 올려다 놓고 뱃머리가 매장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공간을 연출했는데 이는 파격적이었다. 젠틀몬스터의 항해를 시작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이 실험적인 공간은 ‘세상을 놀라게 하라’는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가치관을 고객에게 각인시켰다.

자연스럽게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013년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면서 인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15년 9월 롯데백화점이 매출을 종합한 결과 젠틀몬스터가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가장 많이 구매된 국내 브랜드 1위에 올랐던 것은 이런 인기가 폭발했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젠틀몬스터 성수동 '괴짜 건물' 유명세, 김한국 LVMH도 구글도 사로잡은 비결
▲ 김한국 아이아이컴바인드 대표이사가 두 번째로 도전한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젠틀몬스터’의 흥행 공식을 많이 차용했다. 사진은 탬버린즈 성수 매장. <탬버린즈>
젠틀몬스터의 공간 혁신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2016년 미국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고 뉴욕타임즈는 ‘극장 같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목욕탕과 헌집을 새 매장으로 연달아 선보인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스타필드하남이나 롯데월드몰 등에 있는 젠틀몬스터 매장을 보면 겉으로 얼핏 봐서는 안경이나 선글라스 매장을 파는 곳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듯한 오브제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고객들은 신선함을 경험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국은 스스로 이런 과정들을 놓고 한 인터뷰에서 “궁함에서 놀라움이 나왔다”고 표현했다.

젠틀몬스터가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서양권 국가로도 뻗어나가면서 해외도 아이아이컴바인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명품계의 정점에 선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사모펀드인 엘캐터톤아시아와 중국계 사모펀드 IDG캐피털은 2017년 9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기업가치를 7천억 원으로 평가하며 총 700억 원을 투자했다.

아이아이컴파인드가 2016년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51억 원, 506억 원 수준이었다.

김 대표는 젠틀몬스터의 성공 이후 2017년 내놓은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갔다. 젠틀몬스터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 ‘공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덕분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연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향과 보습력을 강조한 핸드크림을 시작으로 피부 기초제품과 향수 등으로 상품군을 넓혔으며 대림미술관, 하얏트그룹 호텔 브랜드 안다즈 등과 협업산 상품도 출시했다.

하지만 초기 성과는 좋지 않았다. 2019년까지 내리 순손실만 낸 탓에 탬버린즈의 운영사인 아이아이컴바인드2는 2020년 8월 아이아이컴바인드에 흡수합병됐다.

이 브랜드가 살아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덕분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한 방송에서 ‘매력적인 향초 냄새가 난다’며 탬버린즈의 손소독제를 소개하면서 시쳇말로 탬버린즈 상품은 온라인에서 ‘떡상(급상승)’했다.

여태까지도 탬버린즈의 성공을 두고 ‘티파니에게 절을 해야 하는 브랜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데 탬버린즈는 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젠틀몬스터 성수동 '괴짜 건물' 유명세, 김한국 LVMH도 구글도 사로잡은 비결
▲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내놓은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의 대표 케이크 ‘피크케이크’. <누데이크>
김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에는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로도 시장에 도전했다. 젠틀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유니크한 디자인과 독특한 맛으로 내놓은 ‘피크케이크’는 한 때 인스타그램에 ‘너도 나도 먹는 케이크’로 도배됐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단순히 대중들에게 입으로만 핫한 회사가 아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891억 원, 영업이익 2339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9.7%, 영업이익은 54.8% 늘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하는 패션·화장품 계열 회사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거의 유일하다.

김한국 대표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성수동 신사옥 준공을 계기로 회사의 6번째 브랜드인 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 사업을 본격화한다.

5일 온라인에서 ‘네일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이미 온라인에서는 ‘젠틀몬스터다운 디자인’이라는 호평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구글이 6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지분 4%를 확보하는 데 1450억 원가량을 투자했을 정도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카테고리를 계속 확장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와 직원, 회사가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로 ‘시기’의 문제인 것 같다”는 답을 남겼다. 남희헌 기자
 
젠틀몬스터 성수동 '괴짜 건물' 유명세, 김한국 LVMH도 구글도 사로잡은 비결
▲ 아이아이컴바운드는 5일 온라인에서 6번째 브랜드 ‘누플랏’ 제품의 판매를 본격화하며 새 사업을 본격화했다. 누플랏의 네일 컬렉션에 포함된 텀블러 제품. <누플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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