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8-26 16: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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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인텔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이 파운드리 후공정인 패키징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전략적 투자와 함께 인텔의 패키징 생산라인을 활용해 대만 TSMC 추격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강화를 위해 인텔과 전략적 동맹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는 파운드리 후공정인 패키징 분야에 투자하고, 미국 내 인텔 패키징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은 인텔의 반도체 유리기판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데 370억 달러(약 51조 원)를 투자하는 데 이어 추가 미국 투자를 검토해왔는데, 인텔과 협력해 패키징 생산라인 투자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인텔과 패키징 후공정 협력을 강화하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만 TSMC 추격의 고삐를 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텔과 전략적 파트너십 가능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는 패키징 분야의 협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텔은 패키징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유리기판 기술력에서도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공정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겨 칩을 만드는 전공정과 만들어진 칩을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전공정 기술에서 인텔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지만, 인텔은 후공정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주로 전공정 웨이퍼 생산 후 후공정 패키징 전문업체(OSAT)에 웨이퍼를 보내 테스트와 패키징을 진행해왔다. TSMC 역시 대만 OSAT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가장 앞선 패키징 후공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며 유명해진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이 TSMC의 대표적 패키징 기술이다.
인텔은 TSMC와 함께 패키징 후공정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와 인텔 협력의 핵심은 패키징이 될 것”이라며 “인텔 파운드리는 18A(2나노급) 공정 생산에 하이브리드 본딩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전공정 노드 기술력에선 밀리고 있지만 패키징에서는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사이 ‘범프’ 없이 구리를 통해 칩을 쌓는 패키징 기술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에는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인텔과 TSMC 등은 CPU와 이미지센서(CIS) 등 패키징에 이 기술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운드리 전공정만 계산해 집계한 시장 점유율에선 삼성전자가 TSMC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전공정과 후공정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 시장 점유율 집계에선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2025년 1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 전후공정 통합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1위는 35.3% 점유율을 차지한 TSMC, 2위는 6.5% 점유율을 기록한 인텔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후공정 업체 ‘ASE’에 이어 5.9% 점유율로 4위다.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은 차세대 반도체 ‘유리기판’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매끄러운 표면, 낮은 열팽창계수, 높은 열안정성, 얇은 두께, 향상된 전기적 성능 등으로 고성능 AI 반도체에 활용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유리코어기판(GCS) 기술을 라이선싱 방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10년 넘는 시간동안 유리기판을 개발한 인텔이 기술을 개방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은 더욱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인텔에서 오랜 시간 유리기판을 연구했던 강두안 수석 엔지니어를 기술 마케팅 및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강 부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유리기판 관련 반도체 패키징 시장 기술 분석과 R&D 대응 전략 등을 맡는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협력은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 TSMC 추격을 위한 한미 반도체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은 지분 투자나 특정 사업 목적으로 공동으로 자본, 기술, 인력을 출자하는 조인트벤처(JV) 형태 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투자전문 매체 스마트카르마는 “정치적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인텔과 협력하는 것은 트럼프의 ‘인텔을 구하라’ 정책과 완벽하게 부합한다”며 “삼성과 테슬라의 2나노 AI6 수주 역시 획기적 발전이었으며, 인텔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그 추진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