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5-14 14: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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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희대 특검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면서 공세 수위를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대법원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파기환송 사태로 촉발된 ‘사법개혁’ 불씨가 대선 과정에서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4일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조희대 특검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조희대 특검법안을 두고 ‘사법부 탄압’이라며 반대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희대 특검법안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법행정회의 등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검은 민주당,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단체(조국혁신당)가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파견검사 20명에 수사 기간 120일은 2016년 최순실 특검 규모로 조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비판적 인식을 짐작케한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관련 국회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불참하자 국회를 무시한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103조, 재판 합의 과정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을 근거로 대법원 재판 과정을 심문하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장 자신은 정당한 국회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서 국민들께는 어떻게 준법을 외치며 법원 출석을 명할 수 있느냐”며 “대법원장 스스로 국회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법원을 존중하라 말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합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청문회에 나갈 수 없다는 천편일률적 내용이 참으로 부끄럽다”며 "이런 몇 줄짜리 불출석 사유서는 보다보다 처음이고 세 줄로 쓰기 민망했는지 폰트 늘려, 자간 늘려, 억지로 다섯줄로 늘린 대법관도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이처럼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의 날을 세우는 배경에는 파기환송이 '사법 쿠데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가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대선 후보 등록을 앞둔 상황에서 이례적인 속도전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유죄 확정 판결을 추진했던 것이 ‘대선 개입’이자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하려던 시도였다고 바라보고 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이례적인 파기환송에 전원합의체 빠른 심리까지 겹겹이 쌓이면 상식에서 벗어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된다”며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재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선택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사법 자제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13일 MBC 100분토론에서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 선고를 두고 “법관대표회의가 열릴 정도로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 사태라면 대법원장께서 입법부에 나와 국민들께 설명해야 한다”며 “그 기회를 스스로 뿌리치신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여러 후과도 대법원장께서 누리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사위의 '사법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예정된 14일 오전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할 때 조 대법원장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고 재판도 헌법소원이 가능하게 하는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강성 보수 성향의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 남아있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번 파기환송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사법부 개혁을 바라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를 멈출 수 없는 이유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쿠데타에 대한 사과 및 사퇴라는 국민의 요구에 즉각 응답하기 바란다”며 “국민의 요구에 불응하면 국정조사나 특검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빈말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국민의 인내를 더는 시험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대선 전까지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여론에 미칠 영향이 향후 조희대 특검법안 처리 속도를 조절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메타보이스가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의 사퇴 필요성에 관해 ‘공감한다’(48.6%)와 ‘공감하지 않는다’(46.2%)가 오차범위 안이었다. 특히 중도층에서도 ‘공감한다’ 49.7%, ‘공감하지 않는다’ 46.2%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희대 특검법안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처리 시기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도 13일 브리핑에서 "조희대 특검법(안)은 개별의원의 발의일 뿐 당론으로 추인하지는 않는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압도적 지지세가 대선 전까지 흔들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정권교체 뒤 언제라도 특검이 출범할 수 있도록 조희대 특검법안의 국회 법사위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 등 사전 준비작업을 빠르게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쇠는 달궜을 때 때려야 한다”며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을 때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메타보이스가 오마이뉴스·오마이TV 의뢰로 지난 12일과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 RDD(임의전화걸기)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