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사진)가 회사 안팎으로 제기되는 논란을 해소하고 가맹점주를 돕는 데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상장 당시 밝혔던 비전은 잠시 제쳐두고 신뢰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더본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신발 끈을 고쳐 맨다.
더본코리아의 상장 당시 내걸었던 인수합병(M&A)과 가맹점 확대 등의 성장 비전을 잠시 제쳐 두고 가맹점주 살리기와 신뢰 회복에 석 달을 온전히 투자하기로 했다.
배가 뒤집어졌을 때야 비로소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백종원 대표가 오너경영인으로서 능력과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백종원 대표가 12~13일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가맹점주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점주들과 소통하면서 “‘다시 한 번 믿고 따라와 달라, 석 달 동안 뭔가를 바꾸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를 어떻게 부양할 수 있을 지와 관련한 질문에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점주 상황 개선이 1순위”라고 강조했다.
점주 상황 개선에 300억 원을 당장 지원하기로 한 것도 백 대표가 내린 결단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기준으로 320억 원. 당장 석 달 동안 집중해 300억 원을 풀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한 자금을 단기금융상품 1858억 원 가운데 일부를 활용해 쓸 것으로 관측된다.
가맹점주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은 백 대표가 구상했던 그림에 당분간은 손을 대지 않겠다는 뜻과도 통한다.
백 대표는 2024년 11월 초 더본코리아를 상장하면서 자금 969억 원을 조달했다. 운영자금으로 34억 원을 쓰고 나머지 935억 원을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가 당시 제시한 계획을 보면 올해 200억 원을 시작으로 2026년 300억 원, 2027년 435억 원 등으로 금액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가며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힘 실어줄 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도소매전문 식품기업 지분을 100%씩 인수하는 데 800억 원을 쓰고 푸드테크 관련 회사에 지분을 일부 투자하는 방식으로 135억 원을 쓰려고 했다.
더본코리아는 당시 투자설명서에 “양념과 소스, 조미식품, 가공품 등 제조 능력을 갖춘 식품기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더본코리아의 강점인 소스 개발 능력과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적었다.
물론 소스 수출을 통해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은 유효하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2024년 11월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북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
백 대표는 간담회에서 “주가 부양 정책의 주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해외 소스 수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소스 6종의 개발은 완료됐고 2종을 추가 개발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리라차와 타바스코, 굴소스처럼 전 세계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소스를 더본코리아에서 만들겠다는 꿈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에는 이런 계획에 속도를 붙여줄 M&A는 추진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더본코리아의 상장에서 조달한 자금의 활용 방안과 관련해 “제2의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안과 소스 원가를 낮추기 위한 1차 원료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물론 이러한 방안들은 여러 문제점을 바로잡고 점주들이 안정된 이후에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최근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에 허리를 깊이 숙이고 있다.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이제 방송인이 아닌 기업인
백종원으로서 모든 열정과 힘을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집중하겠다”며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으며 2025년을 더본코리아가 완전히 새로워지는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서도 최근 심경을 밝히며 “무엇보다도 지금은 점주분들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슈가 시작된 지 오래 돼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빠르게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