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3사는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북미와 유럽 친환경 정책 변화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사는 사업 전략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위주로 재편했다. 하지만만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 회복은 필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경쟁 부추기는 중국, K배터리 3사 기술력 차별화가 생존 조건

▲ 중국 지리자동차는 올해 안에 전고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사진은 지리자동차의 전고체 배터리 개념도. <지리자동차>


수년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전고체 배터리로 대체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전고체 배터리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어 양산 속도 경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력 차별화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부터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월 중국의 체리자동차는 올해 안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모델은 체리자동차의 산하 브랜드 엑시트자동차가 생산하는 ‘리펑’일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리터당 600와트시(Wh)의 에너지밀도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한 번의 충전으로 최대 1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도 연내 전고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차가 현재 확보한 기술은 리터당 400Wh 수준으로, 올해부터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중국 제일자동차와 둥펑 등도 올해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출시를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도요타도 전고체 배터리 생산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일본 2위 정유회사 이데미츠 코산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고체 전해질 대량 생산을 위한 플랜트 건설에 돌입했으며,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도요타는 이 곳에서 생산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7년부터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경쟁 부추기는 중국, K배터리 3사 기술력 차별화가 생존 조건

▲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모형. <삼성SDI>


2028년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계획한 삼성SDI로서는 중국과 일본 기업에 비해 한발 늦게 상용화하는 셈이다.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게획하고 있어, 역시 선 상용화에 따른 시장 선점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셀 3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차별화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강점은 화재 안전성과 에너지밀도 두 가지가 꼽힌다. 이 가운데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해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우선 삼성SDI는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샘플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하반기까지 양산 채비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리터당 900Wh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와 내년 출시가 예정된 전고체 배터리에 비해 1.5배 이상 개선된 것이다.

SK온은 지난해 9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준공하며, 양산 목표 시점을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리터당 800Wh를 보유한 것으로, 향후 1000Wh까지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양산 시점은 2030년으로 설정했지만, 2028년부터 리터당 800Wh 수준의 초기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상품성을 입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리터당 1000Wh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성비 측면에서 시장성을 입증하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초기 생산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공급망 확보와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성능을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측은 “전고체 배터리의 상업화는 2030년 전후로 본격화할 것”이라며 “향후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