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에 포함됐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의 판을 바꾸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한편,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조직 개편을 둘러싼 긴장감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은 기존 전략을 다시 짜며 새로운 질서에 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상법개정안이 불러올 한국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을 짚고, 각 기업과 업계가 직면한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7월 더 센 놈이 온다' 재계 초긴장, 민주당 '배임죄 완화'로 우려 줄일까
②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3%룰, 이재용 삼성물산 통한 지배력 제한 가능성
③ SK그룹 최태원 상법개정과 이혼소송에 '제2 소버린 사태' 맞나,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④ 밸류업도 리딩금융, KB금융 양종희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 더 커진다
⑤ 최대 수혜는 증권사, 코스피 기대감에 주가 상승 이어진다
⑥ LG 기업가치 재평가 전망, 논란의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은 모회사 가치상승에 긍정적
⑦ 정의선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개편 속도내나, 순환출자 해소·지배력 강화 등 해묵은 과제 해결 방안
⑧ 두산에너빌리티 시총 10위 안으로 안착, 원전 기대감에 상법 개정까지 훈풍
⑨ 소액주주가 롯데지주 주목하는 이유, 신동빈 롯데지주 자회사 상장에 속도낼까 
⑩지주사 전환 좌초에 ‘이사 충실의무’까지 덮쳐, 김호연 빙그레 승계 전략 어디로

 
[상법개정, 그 후⑥] LG 기업가치 재평가 전망, 논란의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은 모회사 가치 상승에 긍정적

▲ 상법 개정에 따라 지주사 LG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LG전자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이 중복상장으로 모회사의 가치를 낮춰 주주 이익을 침해, 개정 상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도법인 상장이 오히려 국내 LG전자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더 키우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상법 개정’에 따라 지주사 LG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정 상법에 소액주주 보호 의무가 확대가 포함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의무 확대로 LG전자가 추진하는 인도법인 현지 증시 상장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모회사와 ‘중복가치평가(더블카운팅)’이 발생, 국내 LG전자 주주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하지만 LG전자 인도법인의 기대 평가가치가 한국의 LG전자보다 더 높고,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한 재무 안정화,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 등으로 국내 모회사 기업가치에 오히려 더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상법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높은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적용받았던 LG 지주사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열고 기업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상법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LG를 포함한 국내 지주사 주가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상법개정안에 따라 소액주주 보호 의무가 확대되며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증가, 지배구조 개선 등이 기대되면서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상법 개정을 주요 공약으로 들고나왔던 이 대통령의 당선 직후 6월4일 LG의 주가는 7만4천 원 수준이었지만, 16일 기준으론 8만2400원으로 11.4% 올랐다.

다만 상법 개정에 따라 대기업 지주사의 자회사 중복상장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이미 상장된 모회사의 가치가 희석되는 ‘더블카운팅’ 문제가 발생, 모회사의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정 상법에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서, 중복 상장 시 주주들의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추진하는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 3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서 예비심사서류(DRHP) 승인을 받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법개정, 그 후⑥] LG 기업가치 재평가 전망, 논란의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은 모회사 가치 상승에 긍정적

▲ 인도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가전 공장 내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LG전자 인도법인의 상장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중복상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모회사 가치하락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신사업 투자 여력이 상승하며 전체적으로 사업 실적이 개선돼 주주에 오히려 이득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LG전자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aa2, 안정적(Stable)에서 Baa2, 긍정적(Positive)로 상향 조정하며 인도법인 IPO가 회사 재무지표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법인의 기대 가치가 LG전자의 시가총액보다 높아, 해외 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G전자 인도법인은 IPO를 통해 130억 달러(약 17조7천억 원) 수준의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6일 기준 LG전자의 시가총액인 13조 원보다 4조7천억 원 높은 수치다.

LG전자는 인도법인 상장 후 인도법인 주식의 15%를 매각, 10억~15억 달러(약 1조4700억 원~2조2천억 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인 1조2천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은 국내와는 전혀 다른 해외 시장에서 가치가 다른 자본을 팔아 무위험 초과수익을 내는 차익거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는 오히려 LG전자 전체 기업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는 상장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통해 주주환원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법인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은 미래 사업 투자를 포함해 배당 등 주주환원에도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