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돕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가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으로 받게 될 타격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 정책에 적극 따를 수밖에 없게 됐지만 이에 따른 수혜도 입고 있기 때문이다.
IT전문지 더버지는 15일 “엔비디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춘 결과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와 화웨이를 겨냥한 압박 강화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더버지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에 국가별로 승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규제 계획을 철회하며 엔비디아가 한시름을 놓게 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도입한 해당 정책은 사실상 중국에 우회 수출 가능성이 있는 다수의 국가에 엔비디아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를 백지화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포괄적 경제 협력을 맺으며 엔비디아가 대량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기업의 인공지능 투자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자연히 현지에서 막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대체할 새로운 방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와 동시에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사용하는 국가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전 세계에 강력한 경고를 전했다.
화웨이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반도체는 중국 고객사를 중심으로 수요 기반을 확대하며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하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를 수입하기 어려워진 다른 국가들도 자연히 이를 대신할 수 있는 화웨이 제품에 관심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엔비디아가 화웨이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를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더버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엔비디아의 태도 변화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데이터서버용 반도체 제품을 소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후 트럼프 정부가 수입관세나 기술 규제로 엔비디아를 압박할 때도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며 미국의 정책 방향은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엔비디아 H20 수출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압박을 더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맞춰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돼 왔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맞춰 TSMC 미국 공장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내 인공지능 서버 공급망에 5천억 달러(약 698조 원)를 들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반응에 화답해 바이든 행정부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사우디에 수출 기회도 열어주며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정책 및 외교적 수단을 활용해 엔비디아에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하는 전략으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마저 고개를 든다.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IT기업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수로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추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 산업에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의 당근과 채찍 전략은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로 이어졌다”며 엔비디아가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며 마음을 놓았다”고 바라봤다.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와 대중국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를 압박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결국 엔비디아가 중국에 공급 중단으로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져 미국의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미국 CNBC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미국과 다른 국가의 무역 협상에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이를 염두에 두고 엔비디아에 통제력을 강화했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